[알파경제=여세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임직원에게 지급 규정을 위반 하면서까지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14%에 달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4~5%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증권사가 주도한 PF 사업의 부실 정도가 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가운데 증권사들은 직원에게 85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개 주요 증권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지급한 부동산PF 관련 성과급은 8510억 원을 기록했다.
성과급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메리츠증권으로 4년 동안 총 3550억 원을 지급했다.
한국투자증권 1411억 원, 미래에셋증권 840억원, KB증권 824억원, 키움증권 595억 원, NH투자증권 517억 원에 이어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순이다.
2021년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많은 6억8000만 원어치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이는 담당 직원 1명당 2억8500만 원 꼴이다.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이 직원 1인당 1억5900만 원 수준으로 3억70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사업 부실에 따른 1인당 평균 환급액은 2021년, 2022년 각각 180만 원, 260만 원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부동산PF 사업이 부실화 되는 상황 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심지어 상당수 증권사가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법규를 위배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보수체계가 금융감독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최소 이연지급 기간 등을 준수하지 않고 전액 일시급으로 지급하는 등 지배구조법규를 위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결과 최근 5년간 부동산PF 업무수행 직원의 57%가 성과보수 이연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연지급 대상을 임의적으로 제외하는 증권사의 성과보수 지급관행은 장기성과와 연동해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PF 사업은 3~4년 동안 진행되는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의 보수를 조정해야 하므로 법상 성과급의 일정 비율(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눠 줘야(이연지급) 한다.
증권사는 이와 같은 ‘성과급 돈잔치’ 비판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성과급이란 노력에 대한 대가일 뿐, 성과급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건 확대 해석”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 PF 사업 결과에 성과보수를 연동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직원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F 사업 결과에 따라 보수를 주는 식으로 바꾸면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해 오히려 회사들이 직원 눈치만 봤다”고 했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을 보험사, 은행 등에 비교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업권별로 리스크 관리하는 지표 등이 다르다”며 “연체율 기준이 다른데 은행 등과 똑같이 비교하면 안된다”고 짚었다.
이어 “은행의 경우 사업 모델이 예대 마진인데 예대 금리가 벌어지면서 예금 금리는 오르지 않으니 성과급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증권사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위험 속 고액의 성과급 지급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금감원은 “지배구조법에 따라 성과보수의 이연‧환수‧공시 등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엄중조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