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이어 브로드컴과도 이별...애플 제국 마지막 퍼즐은?

입력: 2023- 01- 10- 오후 10:42
© Reuters 퀄컴 이어 브로드컴과도 이별...애플 제국 마지막 퍼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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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부품 수직계열화 전략이 강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애플이 오는 2025년부터 브로드컴의 무선 주파수 칩을 공급받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퀄컴칩 수급을 늦어도 2025년 중단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디스플레이와 같은 일반 부품은 여전히 복수 벤더 경쟁 원칙으로 외부에 맡기지만 칩 중심의 핵심 부품은 자체 제작으로 방향을 틀어가는 중이다. 그 공백은 핵심 부품 자체 제작으로 채우고 있다. 여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아우르는 애플 (NASDAQ:AAPL) 특유의 폐쇄 생태계 강화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애플, 결별의 아이콘

애플은 오랫동안 퀄컴과 협력한 바 있으나 2017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이 퀄컴 (NASDAQ:QCOM) 특유의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문제삼으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애플은 다른 제조사들을 규합해 반(反) 퀄컴 전선을 구축하면서 "퀄컴이 과도한 로열티를 받으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17년 1월 미 연방거래소 FTC는 퀄컴이 모뎀칩 시장의 지배자적 위치를 이용하며 제조사들에게 과도한 로열티를 받는다며 전격 제소했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독점 공급이다. 과도한 특허료도 문제지만 독점 공급이라는 족쇄를 통해 제조사들을 과도하게 옥죄고 있다는 것이 FTC의 주장이다.

각 국의 규제당국도 속속 퀄컴을 향해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과징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억8800만위안(약 1조392억216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고 한국의 공정위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이유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매기기에 이르렀다. 

전선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애플은 모뎀칩 수급에 있어 퀄컴과 인연을 끊고 인피니온을 인수한 인텔과 협력,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이에 퀄컴은 2017년 7월 애플을 상대로 소프트웨어 특허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밀자료를 빼갔다며 소송까지 거는 맞불작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두 회사는 이후 상대 회사 제품의 판매금지 조치까지 거는 등 세계를 무대로 한 공방전을 벌였다. IT 블로거인 넥소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증오에 불타는 거대 코끼리 두 마리의 미친 전쟁"이었다.

이 미친 전쟁은 2020년 4월 일단락됐다. 5G 시대가 열린 가운데 애플은 인피니온을 인수하고 인텔과 협력하는 수준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통신칩 강자 퀄컴과 손을 잡지 않으면 5G 시대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공포가 컸다. 이미 삼성전자 (KS:005930) 등 경쟁사들은 5G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아이폰은 감감무식이였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은 퀄컴에 백기투항하며 칩 수급을 재개할 수 있었다.

퀄컴과의 협력으로 5G 대응이라는 큰 불을 껐지만, 애플은 비슷한 시기 수직계열화에 대한 의지를 본격적으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핵심 부품의 자체 제작에 주목했다. 이런 가운데 퀄컴과는 2024년, 늦어도 2025년에는 완전한 결별을 할 예정이며 브로드컴과도 비슷한 시기 결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브로드컴. 출처=갈무리

한편 결별의 아이콘 애플과 멀어진 퀄컴과 브로드컴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온도차이는 있다.

퀄컴은 연 매출의 22%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으나, 다행히 '탈'애플 전략을 매끄럽게 전개하는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10년 내 80억달러 수준으로 키우거나 차세대 PC용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나서는 한편 IoT 전략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등 다양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파트너들과의 협업과 메타버스 전반을 아우르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퀄컴은 단일 시장, 단일 고객에 정의되지 않는다"면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더 많은 기회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다. 

반면 브로드컴은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사업 다각화 전략이 불확실 하면서도 애플 매출 의존도가 20% 수준에 이른다. 브로드컴은 지금까지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 기능을 처리하는 무선 주파수 칩을 애플에 공급해왔으며, 그 외 사업 영역 확대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퀄컴 사무실. 출처=퀄컴

애플이 원하는 것은?

애플은 이미 인텔이 공급해오던 맥북용 반도체도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 칩으로 교체했다.

M1에 이어 M2 울트라, 나아가 M2 시리즈까지 등장했다. M2는 M1 대비 50% 확장된 초당 100기가바이트(GB)의 메모리 대역폭을 자랑하며 24GB의 통합 메모리를 지원한다. 트랜지스터는 M1 대비 25% 많은 200억개를 채웠고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는 M1 대비 18%, 10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역시 M1 대비 35% 빠르다 

애플이 핵심 부품에 있어 외부와의 동맹에 선을 긋고 자체 제작으로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생태계 강화다. 

이미 iOS를 통해 소프트웨어 락인 전략을 강화한 상태에서 하드웨어마저 스스로 제작한다면 둘 사이의 강력한 호환성을 창출할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면 애플의 손에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또 하나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애플 실리콘과 같은 자체 핵심 부품들이 하드웨어 라인업으로 명확히 규정된 후 아이폰 및 아이패드, 맥 북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공식처럼 들어가는 패턴이 완성된다면 완벽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제품군 통합도 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애플이 '유일신'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생태계 조성과 유지를 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수직계열화는 외부의 협력사와 세세하게 합을 맞추며 부품의 표준과 규격을 통일하는 번거러움없이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하나의 생태계에서 자유롭게 ‘퍼즐놀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수직계열화 전략은 내재화를 통해 전체 시장을 ‘플랫폼’으로 바꾸는 로드맵으로 이어진다. 만약 수직계열화를 통해 단독 생태계를 창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퍼즐놀이’가 성공해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면, 경쟁자들의 ‘퍼즐놀이’를 무위로 돌리는 한편 현존하는 시장 전체를 플랫폼으로 바꿔 초월적 생태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이를 위해 퀄컴은 물론 브로드컴 등과 결별한 후 핵심 부품 자체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테고리 넓어지면, 위력 더 강해진다

애플이 생태계 확장을 노릴 경우 수직계열화 로드맵은 더욱 크 위력을 발휘한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애플 전문가인 홍콩 TF 인터내셔널증권 소속의 밍치궈 연구원의 멘트를 인용해 애플이 조만간 VR기기를 공개할 것이며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일 것이라 보도했다. VR, 혹은 AR 전용이다. 이에 앞서 애플은 2013년 프라임센스에 이어 2017년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을 연이어 인수했으며 2018년 8월 AR 기반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는 아코니아도 품은 바 있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을 주력으로 하지만 추후 메타버스를 제외한 미래 비전 플랫폼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VR과 AR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시와 서니베일 연구실에서 코드명 'T288'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AR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장면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2017년 아이폰8에 들어간 A11과 GPU, CPU 모두 아이폰의 AR 인프라를 지원하며 이후부터는 모든 신형 아이폰에 AR 기능이 지원되고 있다는 점도 애플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아이폰 및 아이패드, 맥북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강화된 특유의 폐쇄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영토인 '메이드 인 애플 VR-AR'의 개척을 지원할 수 있다.

애플카도 마찬가지다. 애플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개척될 경우, 애플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제품군 통합을 이뤄내며 그 기세를 몰아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iOS 특유의 폐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궈밍치가 지난해 여름 애플의 부품 제작에 의문을 제기하는 트윗을 적었다. 출처=갈무리

"문제도 있다"

애플은 핵심 부품 자체 제작에 나서며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제품군 통합이라는 큰 꿈을 꾸는 한편 새로운 플랫폼 개척에도 특유의 생태계 로드맵을 덧대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수직계열화의 전제 조건인 자체 제작의 그림자다. 효율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자체 제작의 강점은 입증됐으나 기술 수준을 비롯해 각 국 규제라는 현실적 이슈가 있다. 실제로 애플은 퀄컴과 이른 이별을 시도했으나 5G 정국에서 '기술력'이 부족해 난항을 겪었다. 또 애플이 자체 칩을 개발해 적용하는데 성공해도 각 국의 전파 인증 등을 새롭게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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