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험]④우리집 아닌 남의집 애 구지은?…'아워홈' 백마탄 왕자는 누구?

입력: 2024- 05- 13- 오후 06:09
[기업탐험]④우리집 아닌 남의집 애 구지은?…'아워홈' 백마탄 왕자는 누구?
376300
-

[인포스탁데일리=박광춘 전문기자]

범LG가 식자재 유통 기업 아워홈의 성장을 이끈 구지은 부회장이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연임 건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사직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격의 카드가 많지 않은 가운데 우호 지분을 받아줄 재무적투자자(FI)와의 연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목된다. 현금에 눈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 언니의 지분을 매입, 케케묵은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 안이다.

아워홈은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미현 씨와 그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 후보로 하는 주주 제안을 가결했다. 반면 아워홈을 이끈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반면 2021년 언니 구미현 씨의 지지로 사내이사에 오른 구 부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언니의 변심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워홈 경영권의 판도가 크게 바뀌면서 재계에서는 아워홈의 경영권 매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내이사에 오른 구미현 씨는 주부이고, 또 다른 신임 사내이사인 그의 남편 이영렬 씨 또한 기업 경영 이력이 전무하다. 조 단위 기업을 운영할 사내이사로서 자질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이 사내이사 자리를 꿰찬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때문에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두 사람의 지분을 통으로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일단 이사회를 장악한 뒤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다. 실제 두 사람은 2022년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반격의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실제 구 부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구본성 전 부회장 및 구미현 씨 연대의 지분율은 57.84%다. 정공법으로는 사실상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꺼낼 카드는 우호적 세력을 확보한 뒤 구미현 씨의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것”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보다는 FI(재무적투자자)를 구해 미현 씨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현 씨가 지금까지 보여온 스탠스의 핵심은 현금”이라며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쥐어준 뒤 엑시트(exit) 시켜주는 안이 구 부회장 입장에서 생각해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던 미현 씨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선 배경은 배당이다.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금을 지급하던 구본성 전 부회장과 달리 구지은 부회장은 지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내실 있는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구지은 부회장이 배당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지분 약 20%를 보유한 미현 씨가 불만을 표한 걸로 알려졌다.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현 씨와 구지은 부회장이 논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아워홈의 최근 5년 배당 내역을 보면,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나선 2019년과 2020년 배당 지급액은 각각 456억원, 775억원이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는 △2021년 미지급 △2022년 30억원 △2023년 60억원 등의 배당금을 기록했다. 배당금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배당 대신 글로벌 사업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결실은 분명했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확대된 1조 983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 늘었다. 구 부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부문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워홈 글로벌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약 3년 동안 4.1%p 올랐다.

하지만 미현 씨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FI 모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앞서 조 단위 몸값으로 지분 매각에 나선 만큼 더 높은 몸값을 미현 씨가 원할 것”이라며 “회사의 실적 또한 개선되면서 미현 씨의 눈높이가 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매각을 추진한 2022년 당시 매각 자문사였던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산정한 아워홈 지분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그는 이어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수천억원대 실탄을 보유한 FI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 그 FI의 엑시트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아워홈과 시너지를 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FI 가운데 조 단위 펀드를 가진 곳도 있기 때문에, 구지은 회장이 FI와 연대를 성공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춘 전문기자 p2kch@infostock.co.kr

인포스탁데일리에서 읽기

최신 의견

다음 기사가 로딩 중입니다...
리스크 고지: 금융 상품 및/또는 가상화폐 거래는 투자액의 일부 또는 전체를 상실할 수 있는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며,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가격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고 금융, 규제 또는 정치적 이벤트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진 거래로 인해 금융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금융 상품 또는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금융시장 거래와 관련된 리스크 및 비용에 대해 완전히 숙지하고, 자신의 투자 목표, 경험 수준, 위험성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Fusion Media는 본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반드시 정확하거나 실시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본 웹사이트의 데이터 및 가격은 시장이나 거래소가 아닌 투자전문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을 수도 있으므로, 가격이 정확하지 않고 시장의 실제 가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은 지표일 뿐이며 거래 목적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usion Media 및 본 웹사이트 데이터 제공자는 웹사이트상 정보에 의존한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 또는 피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Fusion Media 및/또는 데이터 제공자의 명시적 사전 서면 허가 없이 본 웹사이트에 기재된 데이터를 사용, 저장, 복제, 표시, 수정, 송신 또는 배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든 지적재산권은 본 웹사이트에 기재된 데이터의 제공자 및/또는 거래소에 있습니다.
Fusion Media는 본 웹사이트에 표시되는 광고 또는 광고주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에 기반해 광고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리스크 고지의 원문은 영어로 작성되었으므로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문에 차이가 있는 경우 영어 원문을 우선으로 합니다.
© 2007-2024 - Fusion Media Limited. 판권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