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광춘 전문기자]
범LG가 식자재 유통 기업 아워홈의 성장을 이끈 구지은 부회장이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연임 건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사직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격의 카드가 많지 않은 가운데 우호 지분을 받아줄 재무적투자자(FI)와의 연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목된다. 현금에 눈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 언니의 지분을 매입, 케케묵은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 안이다.
아워홈은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미현 씨와 그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 후보로 하는 주주 제안을 가결했다. 반면 아워홈을 이끈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반면 2021년 언니 구미현 씨의 지지로 사내이사에 오른 구 부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언니의 변심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워홈 경영권의 판도가 크게 바뀌면서 재계에서는 아워홈의 경영권 매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내이사에 오른 구미현 씨는 주부이고, 또 다른 신임 사내이사인 그의 남편 이영렬 씨 또한 기업 경영 이력이 전무하다. 조 단위 기업을 운영할 사내이사로서 자질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이 사내이사 자리를 꿰찬 셈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때문에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두 사람의 지분을 통으로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일단 이사회를 장악한 뒤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다. 실제 두 사람은 2022년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반격의 카드가 거의 없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실제 구 부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구본성 전 부회장 및 구미현 씨 연대의 지분율은 57.84%다. 정공법으로는 사실상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꺼낼 카드는 우호적 세력을 확보한 뒤 구미현 씨의 지분을 사들이게 하는 것”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보다는 FI(재무적투자자)를 구해 미현 씨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현 씨가 지금까지 보여온 스탠스의 핵심은 현금”이라며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쥐어준 뒤 엑시트(exit) 시켜주는 안이 구 부회장 입장에서 생각해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던 미현 씨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선 배경은 배당이다.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금을 지급하던 구본성 전 부회장과 달리 구지은 부회장은 지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내실 있는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구지은 부회장이 배당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지분 약 20%를 보유한 미현 씨가 불만을 표한 걸로 알려졌다.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현 씨와 구지은 부회장이 논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아워홈의 최근 5년 배당 내역을 보면,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나선 2019년과 2020년 배당 지급액은 각각 456억원, 775억원이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는 △2021년 미지급 △2022년 30억원 △2023년 60억원 등의 배당금을 기록했다. 배당금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배당 대신 글로벌 사업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결실은 분명했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확대된 1조 983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 늘었다. 구 부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부문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워홈 글로벌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약 3년 동안 4.1%p 올랐다.
하지만 미현 씨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FI 모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앞서 조 단위 몸값으로 지분 매각에 나선 만큼 더 높은 몸값을 미현 씨가 원할 것”이라며 “회사의 실적 또한 개선되면서 미현 씨의 눈높이가 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매각을 추진한 2022년 당시 매각 자문사였던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산정한 아워홈 지분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그는 이어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수천억원대 실탄을 보유한 FI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 그 FI의 엑시트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아워홈과 시너지를 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FI 가운데 조 단위 펀드를 가진 곳도 있기 때문에, 구지은 회장이 FI와 연대를 성공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광춘 전문기자 p2kch@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