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 눈길이 쏠리면서 계열분리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 분야에서 드라이브를 걸며 계열분리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효성그룹처럼 독립경영의 길을 걸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린 한화그룹은 크게 △금융 △제조 △서비스 등 세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융 부분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의 포트폴리오로 이루어져 있다.
제조 부문은 방산업과 에너지·화학 산업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국내 방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태양광 사업 등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 등이 제조 부문에 포함된다. 서비스 부문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리조트 등이 속해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인포스탁데일리DB)
세 사업 부문 가운데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건 제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김 부회장의 존재감만으로도 제조 부문은 그룹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지목된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한화임팩트(옛 삼성종합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옛 삼성토탈) 등 한화그룹이 몸집을 불린 굵직한 M&A는 모두 제조 부문에서 나왔다. 빅딜을 이끈 주역 또한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인포스탁데일리
금융 부문을 이끄는 건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다.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뒤 9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최근 해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현재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기반을 다졌다. 2008년 베트남 법인 설립 뒤 2009년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전역 18개 지점과 101개 대리점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경우 2012년 현지 보험사인 몰티코(Multicor Life Insurance) 인수를 통해 진입했다. 2019년 흑자 전환하며 빠르게 연착륙했다는 평가다.
다만 지금까지 성과는 김동원 사장이 입사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한화생명을 이끄는 핵심 CEO인 여승주 부회장의 전략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김동원 사장이 여승주 부회장과 차별화된 전략과 경영성과를 보일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역시 대한생명 인수를 통해 가파르게 체력을 키웠다”며 “최근 e-스포츠 마케팅 등 트렌드에 맞는 경영 전략을 업계 내에서 잘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핵심은 해외 사업의 성과로 보인다”며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해외 파트에서 어떠한 실적을 거둘지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남·차남과 비교해 존재감이 떨어졌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하는 등 유통·F&B 산업에 테크를 과감히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유통 기업의 후계자들이 이커머스 부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김동선 부사장은 테크 쪽으로 차별화하는 분위기”라며 “한화그룹 삼형제 가운데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의 삼형제가 각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드러내자 자연스레 계열분리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립경영을 공식화한 효성그룹과 유사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효성그룹 경우 최근 작고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독립경영을 하는 구도로 승계가 이루어진다. 그룹 지주사인 효성에 신설 지주회사가 추가 설립되며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다. 조 회장이 섬유 등 그룹의 전통적 사업 영역을 이끌고, 조 부회장은 사업용 소재 부문을 맡는 구도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그룹 경우 두 형제가 지주사인 효성의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가진 탓에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매우 평화롭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며 “한화그룹 역시 삼형제가 각기 부문을 쪼개어 이끄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연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고, 현재는 아들들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며 “현재 독립경영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