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기 전까지 서로 치열하게 매일 입장문을 냈던 상황도, 양측의 입장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던 상황도 종료됐다. 주주총회 전까지 양측의 지분율 형제 측 40.56%, 모녀 측 42.67%로 치열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승리는 형제 측에게 넘어갔다. 이제 남은 건 거액의 상속세와 형제 측·모녀 측의 행보다.
2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올린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이 가결됐다. 5명은 ▲임종윤 ▲임종훈 ▲사봉관과 기타 비상무이사로 ▲배보경 ▲권규찬 등이다. 이들이 새로 합류하면서 이사진은 9명 됐다.
임종윤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출석의결권 수 대비 51.8%(3114만7650주)의 찬성을 받으며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반면 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은 출석의결권 수 대비 48%(2859만709주), 총 주식의 42.2% 찬성을 받으면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모녀 측이 올린 사내이사 6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주총 전까지 양측의 경쟁은 우위를 가릴 수 없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고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모녀 측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13.64%를 보유한 소액주주의 판단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중단됐고 남은 건 5400억원의 거대한 상속세다. 2020년 8월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현 사장에게 54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기 때문.
모녀 측은 거액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한미그룹의 성장을 위해 양사의 통합을 추진한 반면 형제 측은 "상속세가 부담돼 통합을 추진한다면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입장으로 통합에 반대했다. 피 튀기는 가족 간의 전쟁은 종결됐지만 상속세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형제 측, 1조 투자 유치 자신… 모녀와 함께할 의사 표현
이와 관련해 형제 측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종윤은 450개 화학약품 만든 한미약품, 100개 바이오시밀러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며 1조원 이상 투자 유치로 시총 200조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그는 자신이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로서 경영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며 최소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바이오시밀러 100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끌어갈 한미약품의 모습은 CDO(위탁개발)와 CRO(위탁연구)에 있다고 밝혔다.
임종윤은 주총이 끝난 뒤 경영권분쟁과 같은 주주총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하며 모녀 측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하고 싶다. 여러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해 모녀 측과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어 "우리는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기고 모든 것을 이겨냈나. 가장 큰 위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모녀 측에 대해서는 향후 가족과 같이 회사의 발전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설명하고 앞으로도 겸손한 모습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OCI측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신약개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양사가 마음을 터놓고 뜨겁게 협력했다"며 시간을 함께 해준 OCI측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OCI그룹 모든 임직원과 대주주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고 송 회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송 회장은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그대로 갈 것"이라며 "통합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은 그대로이므로 경영진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힘을 합해 신약명가 한미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안을 다시금 찾아보겠다"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