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금액이 5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2차 현장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이달 안에 ELS 배상기준을 마련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6일부터 주요 ELS 판매사(은행 5곳·증권사 6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에 돌입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일부 포착된 불법 요인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설 연휴 이후 2차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금감원은 1차 현장검사에서 발견한 불완전판매 사례는 금융소비자법(금소법) 위반 사례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과 근시일내 치료 목적으로 돈이 지출돼야 하는 암보험금 등에 대해 원금이 보장될 것처럼 투자를 권유해 금융소비자법(금소법)의 판매원칙 중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소지가 있는 사례들이 포착됐다.
또 증권사는 창구를 방문한 소비자에 대한 설명 및 녹취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매한 것처럼 스마트폰을 대신 조작해줘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금융위기 직후인 과거 10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안내해 '20년 기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개별적인 사안 중에서 상당히 불법 요소가 강한 것들이 많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2차 검사를 나갈 것"이라며 "2차 검사를 빨리 마무리 짓고 가능하다면 2월 중에 결과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5일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잔액은 은행 15조9000억원, 증권사 3조4000억원 등 총 1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판매된 금액은 5조5000억원(30.5%)에 달한다.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4512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6%(손실액 5221억원/원금 9733억원)에 이른다.
앞서 금융당국은 DLF(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불완전 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배상 기준을 제시할 때 불완전 판매 유형을 크게 ▲ 적합성 원칙 위반 ▲ 설명의무 위반 ▲ 부당 권유로 분류한 바 있다. 각 피해 주장 사례가 세 가지 유형에 어느 정도 해당하는지 점수를 매겨 높을수록 많은 배상을 결정했다.
은행권은 법무법인들과 배상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에 따라 배상 범위와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합성 원칙 위반 여부를 놓고 본인 서명과 녹취 등의 증빙이 이뤄졌다는 주장과 투자성향 확인 절차 등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부딪힐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국의 시각 차이에 따라 자율 배상안과 기준안의 각 배상 범위와 수준에도 적지 않은 격차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