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지현·이형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시작한 보험비교 서비스 플랫폼이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벌써부터 삐걱대고 있다.
금융위 소속 보험비교 서비스 담당자가 “정책 실패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플랫폼 기업 담당자들에 공공연히 밝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의 신상훈 보험과장은 지난 달 보험비교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인 공식적인 정책 협의체 현장에서 “이 서비스(보험비교)가 어그러져도 나는 상관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플랫폼 관계자들은 알파경제에 “신 과장은 보험협회의 표준API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험비교 서비스에 참여할 생각도 말라는 발언까지 이어가면서 사업자들을 압박했다”면서 당시 느꼈던 상당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신 과장은 “정책 실패를 바라는 공무원이 어디 있겠냐”면서 “다만 보험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둘 다 만족시키는 정책을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개별 API 적용으로 플랫폼마다 비즈니스적인 킬포인트로 보험비교 서비스 활성화를 건의했다.
하지만 ‘서비스 참여 불허’ 같은 신 과장의 강도 높은 압박 발언에 결국 보험협회의 표준API를 적용하면서 기존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험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된 것이다.
보험협회와 금융위원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보험협회 표준API 적용은 보험 가입자의 계약 내용을 받아 일처리 하려면 보험사 만장일치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때문에 가입자 계약 내용 열람이나, 수령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자 계약 내용 확인이 힘들어지면서 이용자들이 보다 싼 보험으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불편함에도 금융위가 표준API 적용을 강권한 것은 보험사, 특히 보험비교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 이동을 꺼려 하는 보험 빅4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였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 달 보험비교 서비스를 시작한 7개 플랫폼사는 보험협회 표준API 적용으로 상당수 보험 가입자의 보험 내역 확인이 어렵도록 만들어 사실상 옮겨가지 못하게 막은 셈이다.
특히, 가입자 정보를 받기 어렵도록 앞장선 보험사들은 점유율 85% 가량의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빅4 보험사는 또 자신들이 이미 내놓은 다이렉트보험과 달리 플랫폼 모집수수료 3%를 그대로 보험료에 얹어 비싼 가격에 보험상품을 내놔, 보험비교 서비스 활성화를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보험비교 서비스의 시장 안착 실패 중심에 금융위와 기존 대형 손보사들이 손을 잡고, 신규 플랫폼 보험사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행정학 박사)는 알파경제에 “보험사가 금융위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것은 완전 규제산업인 금융에서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금융위의 사전 용인이 없었다면 보험 비교서비스에서 보이는 빅4 보험사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