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부동산 (사진:권예림 기자)
[시티타임스=독일/유럽] 스페인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외국인들에게 체류 비자를 발급하는 '골든 비자(golden visa)'가 퇴출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일정액 이상 부동산 투자를 하면 국적을 주는 정책인 이른바 '황금 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할 것이라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밝혔다고 이날 로이터가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 제도를 폐지하면 저렴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투기사업이 아닌 권리"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모기지 대출 없이 스페인 부동산에 최소 50만 유로(약 7억 3300만 원)를 투자하는 비(非) 유럽연합(EU) 국민에게 3년간 스페인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특별 비자를 부여하는 제도다.
산체스는 "현재 100개 중 94개의 비자가 부동산 투자와 연계되어 있다"며 "주요 도시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시장에 직면해 있고 이미 그곳에 거주하고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괜찮은 주택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주택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후 다음날 내각 회의에서 이 제도를 없애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골든 비자 제도가 시작된 이후 2022년 11월까지 스페인은 약 5천 건의 비자를 발급했다.
당국이 자금 출처를 조사했는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 2023년 국제투명성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가 1위에 올랐고 34억 유로 이상을 투자한 러시아인이 2위를 차지했다.
스페인 부동산 웹사이트 아이디얼리스타(dealista)는 해당 기간 동안 판매된 450만 채의 주택 중 0.1% 미만이 이 제도에 따라 매입되었기 때문에 이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주택 문제는 황금 비자 제도가 아니라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으로 발생했다고 아이디얼리스타 프란시스코 이나레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이나레타는 이날 발표된 조치에 대해 "새로운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장려하기보다는 해외 구매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정부는 잇따라 돈만 내면 국민이 아니어도 비자를 내어주는 골든 비자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