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욕, 7월19일 (로이터)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초래된 시장 혼란으로 월가와 유럽 투자 은행들간 격차가 확대돼 유럽이 투자 은행 부문에서 글로벌 챔피언을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잠재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로 도이체방크 DBKGn.DE 와 크레딧 스위스 CSGN.S 의 주가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여러 분석가들은 이들 은행에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이미 고전하고 있는 유럽의 투자은행들이 미국의 경쟁사들에 의해 옆으로 더 멀리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JP모간의 분석가들은 7월 11일자 노트에서 "우리가 볼 때 브렉시트 투표 이후 조성된 불확실성이 수익성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티어 2(Tier Two) 투자은행의 추가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4개 유럽 은행들의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JP모간의 이 같은 조치는 유럽 투자은행들과 경쟁 관계인 미국 은행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브렉시트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 모두에 부정적으로 간주된다.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간 거래 중개와 트레이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들은 일부 런던 소재 비즈니스와 인력을 다른 EU 도시로 이전하는 비용 부담을 안게될 수 있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이 거의 마무리한 구조조정 작업을 이제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맞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한층 클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월가의 일부 헤드헌터들은 유럽 투자은행 직원들로부터 미국 은행의 일자리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더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뉴욕 소재 유명 헤드헌팅업체인 휘트니 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 개리 골드스타인은 "내가 작년 중반 이후 접촉해온 사람들이 모두 갑자기 '당신이 옳았다. 나는 좀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곳의 불을 끄는 마지막 인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럽 은행들은 브렉시트 투표 이전에도 이미 수세에 몰려있었다. 이들이 비용 감축과 자본 확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사이에 보다 강력한 자본으로 무장한 미국 은행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진출할 수 있었다.
베이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의 케빈 마호니는 "우리는 미국내 유럽 금융기관들의 고위 임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주가 하락,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보상 감소 등 우려의 범위는 크다"고 지적했다.
월가 은행들이 유럽을 지배할 위험을 염려하는 일부 유럽 투자은행의 고위 임원들은 유럽은 유럽 기업들의 역내외 활동을 지원하고 경제 성장 촉진에 기여하기 위한 독자적 투자 은행들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도이체방크의 알라스데어 워렌은 "유럽에 강력한 글로벌 은행이 있는 것은 유럽에 도움이 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는 "북미의 은행들만 전세계적으로 규모 면에서 의미가 있다면 이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럽에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물론 지역에 관계 없이 모든 금융 기관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도 유럽 은행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3월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은 연구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유럽의 투자은행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유럽의 대기업들이 유럽 은행들에게 최소한 하나의 지역을 줌으로써 몇 개 존재하는 유럽의 투자은행들을 소중히 다뤄야 한 다는 점을 권유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은행 신디케이트는 미국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에 대한 완전한 의존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 기관 트리큐멘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유럽 8개 대형 은행들의 FICC(채권, 외환, 상품) 매출은 480억달러, 그리고 미국 5대 은 행들의 해당 분야 매출은 380억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 은행들의 FICC 매출은 260억달러인 데 반해 미국 은행들의 매출은 430억달러에 달했다. 8년 사이에 유럽은행들의 FICC 매출은 220억달러 줄었고 미국 은행들의 매출은 50억달러 늘었다. 8년 전 미국 은행들에 26% 매출 우위를 보였던 유럽 은행들은 40% 열세로 바뀌었다.
유럽 은행들이 채권 발행, 주식 자본시장, 인수합병을 통해 벌어들인 전체 수수료 매출은 2007년 170억달러에서 2015년 130억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은행들의 수수료 매출은 230억달러로 변동이 없었다.
트리큐멘의 파트너 다르코 카푸어는 "나는 유럽 은행들이 미국 은행들에 시장 점유율을 더 내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월가 은행들은 일부 엄청난 브렉시트 비용을 지불해야할 잠재적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미국 5대 은행들의 런던 주재 종업원은 약 4만명으로 나머지 유럽 전체 지역의 종업원 숫자보다 많다.
만약 미국 은행들이 유럽 대륙에 새로운 전초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 비용은 엄청날 수 있다.
컨설팅회사 크로스브릿지에 따르면 종업원 한명을 다른 EU 국가로 이동시킬 경우 한명 당 평균 5만파운드($66,215)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