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얼마전, 작년 11월 우리 정부는 ‘개인용 PC 2만대’에 해당한다는 초고성능 슈퍼컴 5호기 개통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그런데,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역학(量子力學·quantum mechanics)의 원리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이 슈퍼컴보다 수백만 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와 관련해 "슈퍼컴에서 양자컴퓨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 시작됐다"는 내용의 정부 분석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끈다.
13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발간의 주간기술동향 보고서 최신호는 “유럽의 항공기업 에어버스(Airbus)처럼 그 동안 슈퍼컴퓨터에 거액을 투자해 왔던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부터, 양자컴퓨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Forbes)와 x테크(xTech) 올 1월 자료를 인용한 IITP 보고서는 “선진국 기업들 사이에서 양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양자컴퓨터 대세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스핌] 양자컴퓨터의 비즈니스 활용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인 ‘Q2B 컨퍼런스(Conference)’가 작년 12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려 여러 기업들이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Q2B 컨퍼런스의 VC 패널 토론장면. 2019.02.13.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
특히 에어버스는 “고성능 컴퓨팅의 성능 향상이 한계에 이르고 전혀 만족스럽지 않게 됨에 따라 고도의 항공물리 시뮬레이션에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졌으며, 컴퓨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어버스는 내년까지 양자컴퓨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어버스는 항공물리 시뮬레이션을 양자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모집하기 위해 ‘Airbus Quantum Computing Challenge(에어버스 양자 컴퓨팅 챌린지)’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내년 이후 도입될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에어버스의 경우 연간 정보기술(IT) 예산의 3%를 슈퍼컴퓨터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의 성능 향상 둔화는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고민이며, 따라서 양자컴퓨터에 앞으로 더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또 양자컴퓨터로의 전환을 대표하는 사례는 미국 공군이다. 이번 Q2B 컨퍼런스에서 미 공군 연구소(AFRL)는 “양자컴퓨터가 기계학습 및 최적화,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등에서 활용이 기대돼 현재 미 공군이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알고리즘에 중점적으로 투자 중”이라고 했다.
Q2B 컨퍼런스의 VC(벤처캐피탈) 패널 토론에는 에어버스와 미국 공군 외에도 골드만삭스, BMW, 스페인의 대형 금융기관인 BBVA (MC:BBVA) 등이 참여해 양자컴퓨터에 대한 각 기업의 기대와 대응 상황을 설명했다.
양자컴퓨터가 현재 컴퓨터의 성능을 압도적으로 상회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IBM과 구글 등 양자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수년 내에 등장할 ‘NISQ’라는 하드웨어가 현재 컴퓨터의 성능을 충분히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IITP 보고서에 따르면 NISQ는 ‘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Computer’의 약어로 오류가 있는 중간 규모 양자 기술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 정도의 기술만 돼도 현행 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선진 기업들은 과감히 양자컴퓨터에 대한 선행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들이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슈퍼컴퓨터 업계가 성능 향상을 사실상 단념하고 딥러닝 연산에 적합한 수준의 연산 능력에만 특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양자컴퓨터가 단순한 버즈워드(buzz word), 즉 쓸데없는 말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의해서도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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