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온라인 기업의 자국 내 매출에 2020년부터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장 등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인터넷 검색엔진, 온라인쇼핑몰,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반 기업이 대상이다. 기존 법인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주요국 가운데선 스페인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 등 온라인 기업들은 돈을 번 곳이 아니라 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세금을 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온라인 기업들은 기존 법인세에 더해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중복 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정책이란 점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법인세와 별도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매출이 5억파운드(약 73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며, 이들 기업이 영국에서 얻은 매출의 2%를 세금으로 걷을 방침이다.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세금을 매긴다는 점이 법인세와 다르다.
2020년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연간 4억파운드(약 58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이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에서 8억4240만파운드(약 1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법인세는 510만파운드(약 74억원)만 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세금을 내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고정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 법인세를 내도록 한 국제조세조약 규정 때문에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는 나라에서도 세금을 얼마 내지 않는 사례가 많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 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평균 실효세율은 9.5%로 기타 기업(23.2%)의 절반도 안 된다.
영국의 디지털세 도입 결정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글로벌 매출 연 7억5000만유로, EU 내 매출 연 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EU 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걷는 디지털세 도입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스페인은 내년부터 매출의 3%를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 인도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도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다국적 IT 기업 단체인 테크UK도 최근 해먼드 장관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디지털세는 투자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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