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6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Investing.com 게재를 위해 작성된 글
- 시민이 굶주리면 정부는 힘을 잃는다
- 세계 최대의 소맥 수출국 러시아
- 미국·러시아 갈등과 상품시장 강세, 푸틴 대통령에게 힘 실어줘
- 글로벌 소맥 선물 다년 고점 달성
- 기후에 주목 - CBOT의 소맥 ETF WEAT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원유가 세상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전세계 매장량의 반 이상이 중동 지역의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의 손에 있으며, 지역 분쟁이 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유가는 지난 수십 년간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미국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OPEC+의 영향력이 축소되기는 했으나,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어느 정도 가격 주도권을 되찾은 상태다.
소맥은 세계 각지에서 주요식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빵의 주성분이다. 영양은 생존의 필수 요소이며, 따라서 소맥은 예로부터 원유보다 훨씬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소맥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줄어들어 정부가 무너진 경우도 있다. 굶주린 시민들은 지도자층을 탓하기 마련이다.
가장 최근의 예시로는 2010년 말경 시작되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정세를 뒤흔든 아랍의 봄 시위를 들 수 있다. 소맥 가격 변동으로 식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시위가 정치적인 변화까지 이어진 것이다. 지난주 2013년 초순 이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소맥 가격은 세계 각지의 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민이 굶주리면 정부는 힘을 잃는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이어진 것이다. 구조상 상대적으로 적게 비판받는 정부가 있기는 하나, 모든 시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부는 없다. 혁명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폭넓은 기아다.
프랑스 혁명의 계기인 경제적 난관은 흔히 당시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으로 요약된다. 일설에 의하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먹을 빵이 없어 시위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듣고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 하라,"고 대답했다 한다. 혁명 결과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고 말았다.
시민들이 굶주리고 정부가 힘을 잃은 경우는 무수히 많다.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연맹을 분열시킨 것은 1863년 4월에 일어난 식량 부족으로 인한 시위다. 상술했다시피 소맥은 빵의 주재료로, 정치적 상품으로서 오랜 역사를 갖추고 있다. 소맥은 원유를 활용하기 이전부터 인류를 먹여 살렸다.
세계 최대의 소맥 수출국 러시아
2020년 가장 많은 소맥을 수출한 국가는 러시아다. 2020/2021년 시즌의 수출량은 약 3,900만 톤이다. 2,700만 톤을 수출한 미국이 그 뒤를 이었으며, 유럽연방은 2,550만 톤을 수출했다.
러시아는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수입에 의존했다. 1985년의 수입량은 4,700만 톤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 공급에 권력이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러시아 정부는 유수의 생산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농업 기술의 개선은 수확량 증가로 이어졌다. 항구를 포함한 각종 물류 인프라를 건설한 것은 내수용으로 소비하지 못할 분량을 수출할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러시아의 소맥 생산량은 중국과 인도를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Knoema 제공
중국과 인도의 인구수는 각기 약 14억 명이다. 반면 러시아의 인구는 1억 4,500만 명 가량으로, 중국이나 인도의 1할에 불과한 인구가 그 절반 이상의 소맥을 생산한다. 즉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자리가 어떤 힘을 쥐여주는지 명백히 알고 있다. 두 번째로 정치적인 상품이 원유라면 러시아는 에너지 방면에서도 최전선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러시아 갈등과 상품시장 강세, 푸틴 대통령에게 힘 실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는 경색되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르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며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인 소맥과 원유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인물의 자리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2016년 유가 하락 당시 OPEC과 손을 잡고 원유 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국가가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이란의 동맹국으로서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란에게 있어 불구대천의 원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내부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야만 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두 국가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석유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생산 정책에 협력했다. 미국의 셰일유 생산 증가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러시아는 감산 협력을 통해 OPEC 내부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 성공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큰 변화를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화석 연료 생산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당일에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취소시켰다. 앞으로도 산유량을 낮출 규제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미국의 일일 산유량은 4월 말, 사상 최고치인 일일 1,310만 배럴에서 일일 1,09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OPEC은 미국 산유량 감소에 따라 원유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을 어느 정도 되찾는 것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생산 정책의 모든 측면에 개입한 상태로, 앞으로 원유 시장을 조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와 동시에 빵의 주재료이자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인 소맥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마찰은 세계 시장에서 미국에 대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욕망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글로벌 에너지와 식품 시장에서 러시아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권력과 영향력도 대폭 증가했다. 소맥과 원유 시장에서 차지한 입지를 생각했을 때, 가격 상승은 푸틴 대통령이 휘두를 수 있는 힘을 키워주게 될 것이다.
글로벌 소맥 선물 다년 고점 달성
4월에는 온갖 곡물의 가격이 상승했으며, 소맥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소맥 가격의 지표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질 적동소맥 선물은 지난주 연달아 고점을 경신했다.
CQG 제공 차트
월간 차트에서는 가격이 2013년 2월 이래 최고가인 부셸당 $7.73까지 상승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월물은 지난주를 기준으로 $7.60을 넘는 수준에 거래되었다.
여타 곡물 선물은 근월물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가파른 백워데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소맥 시장은 2022년 3월까지 상대적으로 완만한 선물 커브를 유지하고 있다.
바차트(Barchart) 제공 차트
선물 커브를 살펴보면 내년 소맥 선물의 가격이 지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반영된 모습이다.
러시아가 세계 소맥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소맥 시장의 균형을 찾거나 부족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소맥을 생산하며, 수출 금지나 수출관세 등의 수단을 동원한다면 소맥 가격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
소맥은 몇 세기 내내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으로 군림해왔으며, 소맥 가격과 공급은 2021년에도 복잡한 지정학적 미로를 떠돌 것이다.
기후에 주목 - CBOT의 소맥 ETF WEAT
소맥 가격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그리고 호주를 포함한 소맥 생산국의 기후에 달린 일이다. 가뭄이 온다면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가격은 5월 초 이미 급격히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직접적으로 소맥 리스크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방식은 시카고거래소의 CBOT에서 거래되는 선물과 선물 옵션이다. Teucrium Wheat ETF product (WEAT)는 선물의 대안을 제공한다. WEAT의 요약과 상위 종목은 다음과 같다:
야후 파이낸스 제공
WEAT는 CBOT 소맥 선물 3종류를 보유하는 것으로 이월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총 자산은 9,586.4만 달러다. 일일 평균 거래량은 541,835주로, 바차트는 현재 운용수수료가 3.14%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BOT의 7월 인도 소맥 선물은 3월 31일 $5.9225에 거래되었으며, 4월 27일에는 약 30% 상승한 $7.6950의 고점을 기록했다.
바차트 제공 차트
WEAT는 3월 31일 저점 이후 $5.76에서 28.8% 상승한 $7.42를 기록했다. 운용수수료와 선물 3종의 조합으로 인해 어느 정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CBOT 소맥 선물의 가격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듭 말하는 것이지만 소맥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적인 상품이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지정학적 상황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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