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급한 불 끄기…"불확실성 해소로 보기 어려워"

인포스탁데일리

입력: 2022년 10월 04일 20:17

영국의 급한 불 끄기…"불확실성 해소로 보기 어려워"

사진 = 아이클릭아트

[인포스탁데일리=이형진 선임기자]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45%)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감세안 발표 10일 만이다.

콰텡 장관은 지난 달 23일 총 450억 파운드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을 현행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인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대규모 감세안에 재원 조달 방안 및 인플레이션 우려 커져

감세안은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감세안에 대한 주요 우려 요인은 450억 파운드 규모의 재원 조달 방안의 부재, 감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대와 경제 성장 가능성 여부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감세안은 무모한 정책으로 인식됐다"며 "영국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118%대로, 선진국 가운데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허 연구원은 "가계와 기업부채 비율은 심각하지 않지만 에너지 보조금 확대와 감세를 통한 부양은 정부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하거나 양적완화(QE)를 지속해 장기금리 상승을 막을수록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정부 정책 오류 인정엔 의미…그러나 불확실성 해소 어려워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면서 보수당 지지율은 크게 하락하고 노동당이 우세를 보이면서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감세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당내 분열 가능성과 트러스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영국 정부는 10일 만에 감세안 철회에 나선 것이다.

신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감세안 철회 발표는 정부 정책의 오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불확실성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정책 스탠스 유지가 강조됐고, 우려 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이 부재하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이번 콰텡 장관의 연설 역시 고소득자 최고세율 인하 항목이 차지하는 20억 파운드를 제외한 감세안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파운드화 약세, 금리 인상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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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감세안 수정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도 함께 나타난 만큼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11월 23일 공개될 재정계획과 추가적인 감세안 수정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진 선임기자 magicbullet@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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