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1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이번 주 들어 달러/원 환율이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 달 넘게 1180원대에서 붙박이 장세를 형성하던 환율은 최근 연일 저점을 낮춰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160원대까지 내려섰다.
지난 7월 유로화 강세를 앞세워 글로벌 달러 약세가 거세게 진행됐지만 이에 대한 달러/원의 반응은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되는 가운데 위안화 강세가 급부상하자 달러/원 지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8월 위안화(CNH) 절상률이 약 2%였던 데 반해 원화는 0.3%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원화가 약 1.8%로 위안화 1.4% 수준을 소폭 앞선다.
▲ 원화 절상 가속화, 뭐가 달려졌나
최근 원화 절상을 부추긴 가장 큰 배경으로 위안화 강세가 꼽힌다. 위안화 추가 절상 전망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 회복이 가시화된 데다 외국인 채권투자 등에 힘입어 위안화 강세 압력은 확대돼 왔다. 이런 가운데 24일 FTSE 러셀이 연례 리뷰에서 중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게 반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해외 기관들은 달러/위안 전망을 속속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시환율을 보면 최근 트렌드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감지되지 않는다"면서 "또한 FTSE 러셀 지수 편입과 미국 대선 토론 등의 이벤트를 감안해도 위안화 강세에 대한 추가적인 가격 반영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위안화 강세 여건 속에서 달러/원은 1180원대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왔다. 그간 워낙 1180원대를 하단으로 강한 박스권이 형성됐던 터라 수급 주체들도 이에 맞게 대응해온 측면이 크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 압력이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마저 걷히면서 달러/원의 본격적인 하락 시도가 이어졌다.
A 은행 외환 딜러는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 완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자 원화는 대외 여건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그간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부분을 따라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180원대가 무너지자, 한동안 소극적이었던 역외투자자들의 달러 매물이 적극 유입됐고 이에 달러/원 하락 속도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B 은행 외환 딜러는 "사실 1180원 깨지기 전까지는 달러 약세에도 원화가 별 반응이 없었는데 1180원이 무너지면서부터 역외들의 달러 매물이 확실히 나오고 있다"면서 "여태까지 달러 약세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던 원화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추격 매도가 관건
이번 주 들어 달러/원 환율이 1160원대로 급격하게 레벨을 낮추자 시장참가자들의 고민도 깊다. 사실 1180원대를 둘러싼 저점 매수 인식이 쉽게 걷히지 않았던 탓에 달러/원 하락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았다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왔다.
하지만 달러/원이 글로벌 달러 약세 여건 속에서 하향 시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참가자들의 단기 저점 탐색 기간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과정에서 그간 저점 결제가 우위를 점했던 수급 구도상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C 은행 외환 딜러는 "별다른 지지선이 없어 차트상으로는 1150원대까지는 열려있는데 그간 감지되지 않았던 업체들의 추격 매도가 추석을 앞두고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A 은행 외환 딜러도 "1200원 근처로 환율 반등을 기다렸던 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어떻게 소화될지가 변수"라고 예상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