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대란, 그린플레이션의 역습

Economic Review

입력: 2021년 10월 08일 23:43

글로벌 에너지 대란, 그린플레이션의 역습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 모두 흔들리는 상태에서 연쇄적인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친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 에너지 생산이 위축되어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 공포도 커지고 있다.

북반구 나라들의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반 가계는 물론 산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화력 발전소. 출처=뉴시스

석탄부터 천연가스까지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실제로 8일 업계에 따르면 석탄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50달러 수준을 보였지만 지난 9월에는 100달러 수준을 위협할 정도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도 최근 톤당 200달러를 넘겼다.

석탄 가격이 올라간 결정적인 이유는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공급망 관리 실패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각 지방정부의 석탄 수요를 획일적으로 억압했고, 그 결과 각 지역의 화력 발전소들이 석탄을 구하지 못해 가동을 중단하며 최악의 전력난이 벌어지는 중이다.

여기에 내부 석탄 수급처인 신장 지역의 비리 게이트가 터지며 기본적인 공급량이 줄었고, 미중 패권전쟁에 얽힌 호주와의 신경전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중단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까지만 일이 진행됐다면 중국의 석탄 수급 부족에 따른 현지 전력난 수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석탄 수급이 어려워진 중국이 인도네시아 및 이란에서 급하게 석탄 수입을 추진하자 스텝이 꼬였다. 최대 석탄 수입국인 중국이 다급하게 인도네시아 및 이란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자 그동안 인도네시아 및 이란에서 석탄을 공급받던 나라들의 석탄 품귀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과 이에 따른 현지 석탄 수급망 붕괴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가운데 중국이 부랴부랴 석탄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기존 공급망에 의존하던 나라들로 재차 수급망 붕괴, 전력난 발생이라는 연쇄파급효과가 몰아친다는 뜻이다.

당장 중국이 싹쓸이한 인도네시아 석탄에 의존하던 인도의 경우 화력 발전소 72곳의 재고량이 3일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뒤늦게 호주산 석탄 수입 재개 결정을 내렸으나 이미 공급망이 붕괴된 상태에서 석탄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위드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논의될 정도로 팬데믹의 충격을 딛고 각 국 산업계가 본격적인 활동재개를 시작한 상황이다. 석탄 수요난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각 국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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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중심으로 석탄 품귀난이 터진 가운데 국제유가 분위기도 만만치않다. 

출처=뉴시스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이 10월 1일 끝난 주 기준 원유 재고량이 전주에 비해 230만 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하며 약간의 진정세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상승세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탄의 경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공급망에서 문제가 벌어졌다면, 국제유가는 공급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해 총 11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유가 협의체 OPEC+가 4일(현지시간) 일평균 40만배럴 증산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단계적 증산이 시도되고 있으나 각 산유국들은 급격한 증산에는 회의적이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현재는 증산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OPEC+는 국제유가 시장의 패권을 더욱 강하게 틀어쥐기 위해서 무리한 증산보다 시장 상황을 더 살피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지난 7월 합의된 일평균 40만배럴 증산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국제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석탄 가격 상승 밒 품귀난이 심각해지고 국제유가마저 올라가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공급망에도 위험신호가 들어왔다. 에너지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인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기 때문이다. 시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러시아가 개입하며 천연가스 시세 급상승에는 어느정도 안전장치가 걸렸지만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아직도 비상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 천연가스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당장 초유의 에너지 대란으로 군대 투입 카드를 매만지고 있는 영국의 가스 도매요금은 한때 연초 대비 7배 수준인 단위 당 407펜스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천연가스 시설. 출처=뉴시스

그린플레이션의 역습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이유들이 세밀하게 다르다. 실제로 석탄의 경우 중국의 자체 공급망 차질로 수요와 공급선이 무너졌고, 상황이 나빠지자 중국이 빠르게 외부 수급선을 확보하며 기존 공급망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연쇄적인 충격에 빠진 사례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과 비슷하다. 팬데믹이 끝을 보이는 시기 소비 심리가 살아나자 자동차 판매는 늘었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즉각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돌입하지 못해 품귀난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라는 큰 틀에서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망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석탄 품귀난과 궤를 함께 한다.

반면 국제유가는 공급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OPEC+가 증산량 고정을 시도하며 점점 커지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연가스를 둘러싼 경고등은 공급망 자체가 획일화되어 있고, 천연가스 자체가 전통 에너지 생산 방식과 친환경 미래 에너지 생산 방식의 중간에 위치한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들 에너지 품귀난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팬데믹 종료에 따른 급격한 수요의 증가,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벌어지는 '균열'이다. 

실제로 팬데믹 종료로 각 국 에너지 발생량이 많아지는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석탄 품귀난 자체가 중국의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에서 기인했고, 국제유가 상승의 배경으로도 공급량 고정과 더불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로의 발전을 염두에 둔 석유 보관장비 등의 미흡도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천연가스 수급난도 친환경 에너지의 속성을 가진 천연가스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여기에 발전량이 늘어나는 겨울이 시작되는 한편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물류 인프라가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에너지 흐름의 원만한 수급까지 막아버리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의 역습으로 볼 수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친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팬데믹 종료 후 막대한 에너지 가동이 필요한 상태에서 공급망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장치들이 예상보다 효과를 내지 못하며 더욱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지난 5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올 겨울 시민들이 난방하기에도 어려울 상황이 올 것 같다"면서 "이런 흐름이 기후 및 녹색 운동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영국 존슨 총리가 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공급망 교정 가능하다...관건은 정책의 '온도'

글로벌 에너지 충격은 공급망 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석탄의 경우 주요 광산들이 이미 생산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연고를 둔 세계 최대 광산기업 세미라라의 이시드로 콘순지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석탄 가격은 고점"이라며 "2022년 상반기까지는 석탄 가격이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호주의 석탄 수입을 재개했고 탄소중립 정책에 있어서도 속도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국제유가도 산유국들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로드맵 상황에 따라 다변적이고, 천연가스도 러시아의 개입에 급속도로 가격이 안정되는 등 해결방법이 있다. 

문제는 에너지 공급망 관리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다. 특히 중국의 석탄 수급난을 촉발시킨 이유가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의 가동이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각 국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큰 틀을 유지해야 하지만 경쟁적으로 목표치만 남발하는 상황은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가 8일 관계부처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전환부문 온실가스를 44.4% 줄이는 안을 제시하며 탄소배출을 기존 40%를 상향하는 목표치를 제공한 것을 두고 일각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에너지 대란으로 일반 국민의 난방은 물론 철강 및 기본 제조업의 연쇄타격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몇 달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언급한 이유다. 

신재생 에너지 전반에 대한 성찰과 함께 그린플레이션의 역습에 대비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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