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월04일 (로이터) - 세계 경제 건전성의 척도로 간주되는 철강 산업은 2015년 말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중국 철강 수출량이 사상최대 수준으로 증가하고 글로벌 과잉공급은 심화된 반면 수요는 줄어 철강 가격이 십년래 최저치까지 내려가면서 상당수 제철소들이 폐쇄, 감원, 부도 상황으로 몰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변했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지출을 늘리는 한편 과잉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한 데다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도 개선됐고 보호무역주의까지 강화돼 철강 가격이 2015년 12월 이후 약 4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철강 부문 인수합병(M&A) 활동도 활발해졌다. 투자자들은 한 때 전혀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철강 회사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티센크루프(ThyssenKrupp) TKAG.DE 는 지난 2월에 적자를 면치 못하던 브라질 제철소 CSA를 13억달러를 받고 남미2위 철강업체인 테르니움(Ternium)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인도 타타스틸( Tata Steel ) TISC.NS 은 손실을 내던 영국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이제 영국과 유럽 제철소를 티센크루프와 합병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남동부 타란토에 위치한 유럽 최대 제철소 일바(Ilva)가 될 것이다.
일바는 2013년에 이탈리아 정부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로 수억유로의 손실을 냈다. 또한 수 년 간 각종 부패 및 환경법 위반 스캔들로 얼룩졌으며, 2012년에는 이탈리아 당국이 일바 제철소에서 배출된 먼지와 화학물질 때문에 타란토 지역에서 수백명의 사망자와 암 및 호흡기 질환 환자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바의 연간 1100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이 무용지물이 됐고 고위 경영자들은 수감됐으며 전 소유주인 리바 그룹은 80억유로의 자산을 몰수당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 최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ISPA.AS 이 주도한 컨소시엄과 인도 철강회사 JSW JSTL.NS 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등 두 개의 컨소시엄이 약 40억유로의 인수안을 제시했으며, 일바 제철소를 재정비하면 유럽 경제가 개선되는 한편 철강 수입은 줄고 있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 부문 경영자들은 가치 있는 투자라는 의견이다.
이탈리아 제철연합의 토마소 산드리니 회장은 "유럽의 철강 수입이 줄어 일바 제철소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도 충분히 흡수될 수 있다. 유럽 철강 시장이 활황은 아니지만 확장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산업 활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M&A가 늘어나면 과잉생산이 줄어 철강 가격이 한층 상승할 것이라고 철강 부문 경영자들은 전망했다.
티센크루프의 귀도 케르크호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타타스틸 M&A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잉 생산능력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