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이 범용화될 때의 문제 : 과거 Hot 했던 양매도ETN을 통해 보다

 | 2023년 09월 21일 15:15

투자전략을 연구하다 보면 시장에서 인기가 급격히 올라가는 경우 이후 성과가 악화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을 수년 전 인기 절정의 금융상품이었던 양매도 ETN에서도 그대로 관찰됩니다. 2018년 중위험 중수익에 대한 기대로 주목받았고 증권가에서는 상품 개발자의 고액 연봉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던 양매도 ETN. 그런데 이후 수년간의 흐름을 보면 전형적인 전략이 범용화되었을 때의 취약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전략이 범용화 되어 수익이 급감했던 경험 : 소문난 잔치 효과 + 역공

종종 증시 토크를 통해 필자가 십수 년 전 선물 시스템트레이딩을 연구하던 때를 언급하곤 하였습니다. 오늘 증시 토크에서도 살짝 과거 추억 한 토막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2001년 당시 선물 시스템트레이딩 차트를 개발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저는 우연히 좋은 전략을 하나 알게 되었고 이를 2001년 늦가을부터 수개월에 걸쳐 백테스팅과 전진 분석 등을 병행하였습니다. 그 전략은 현재 트레이더분들에게는 기초적인 전략인 "1Hour BreakOut System(이하 1HBO)"입니다.

앱 다운받기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앱에 합류해 글로벌시장의 최신 소식을 받아보세요.
지금 다운로드합니다

장 시작 후 1시간 동안 장중 고가와 저가를 체크하고 그 이후 시장이 장 시작 1시간 고가를 깨고 올라가면 매수, 장 시작 1시간 저가를 깨고 내려가면 매도하는 정말 간단한 전략입니다.

2000년 초반 당시 고변동성 시장에서 그 시스템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성과를 만들고 있었고 실제 2002년 필자가 선물 시스템을 실전에서 작동시킬 때 엄청난 성과를 안겨주었던 효자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이후 선물 시스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이 전략이 기본전략으로 확산하였고 대신증권의 사이보스트레이더에서는 샘플 전략으로 아예 제시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2003년 이후 수익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2004년 이후부터는 수익이 크게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전략을 사용하다 보니 거래 조건이 맞는 시간이 되면 매매 주문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하여 "소문난 잔칫집처럼 먹을게 적어졌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필자도 당시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만들기도 하였으니, 당시 저보다 더 큰 자금과 많은 인력으로 연구했던 곳에서는 1HBO, 이 전략을 역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 기본 1HBO에서 매매 시그널이 발생하면 이후에는 증시 방향이 역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일이 점점 늘어났었습니다.

즉, 전략이 범용화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처럼 수익이 감소하였고 한편으로 이를 역공하는 전략들의 활동으로 수익은 크게 줄어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양매도 ETN에서도 관찰된 : 소문난 잔치 효과 + 역공

벌써 6년 전 일이로군요. 2017년 전 한투에서 출시된 양매도ETN은 당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은행권에서 열심히 판매한 덕분에 1조 원 넘게 판매되는 등 2018년에는 히트 금융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상품을 개발한 O 차장은 20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은 증권가에 화제가 되었고, 이후 후일담에는 이 상품을 개발한 주요 인물들이 경쟁 증권사로 스카우트 되었다는 소식이 돌기도 하였습니다.

중위험 중수익 구조로 설계된 양매도 ETN은 옵션 양매도 포지션과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보니 백테스팅 과정에서도 급격한 증시 폭락기를 제외하고는 높은 성과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 성과는 2018년에 중위험 중수익을 만들어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