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우려 속 증시 : 이번 긴축 사이클은 ‘샤워실의 바보’를 명확하게 보게 될 듯

 | 2022년 01월 10일 15:46

미국의 긴축 우려감이 글로벌 증시 전체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더 강한 긴축 가능성이 시장에 등장하다 보니 눈보라를 만난 듯 시장심리는 위축되고 그 결과 저금리와 완화적 금융 환경 속에 수혜를 받았던 성장주들의 주가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요즘입니다. 최근 미국의 전격적인 긴축 분위기를 보면서 ‘샤워실의 바보’ 우화가 떠올랐습니다.h2 밀턴 프리드먼의 ‘샤워실의 바보’/h2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중앙은행)의 정책이 경제와 엇박자를 내며 나오는 것을 비꼬며 ‘샤워실의 바보’라는 우화를 만들었습니다.
샤워실의 바보는 마치 어린아이 샤워하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춥다면서 뜨거운 물을 세게 틀지요. 왜 이렇게 뜨거운 물이 안나와 중얼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너무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깜짝 놀라 뜨거운 물을 잠그고 찬물을 틀어댑니다. 잠시 적정한 온도의 물이 나오는 듯하지만 몇 초 뒤 얼음처럼 찬물이 나오니 또 깜짝 놀라면서 뜨거운 물을 틀고 이를 반복합니다.
 
이를 경제정책과 빗대어 보자면 경기가 불황일 때는 뜨겁게 달구겠다면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쏟아냅니다. 경제가 돌아서고 서서히 온도를 줄여야 하지만 아직 멀었다면서 계속 뜨겁게 정책을 달구지요. 그러다 경기지표가 갑자기 뜨거운 수치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정책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큰일 난다면서 갑자기 얼음물처럼 차디찬 긴축 정책을 쏟아냅니다. 얼마 동안은 뭔가 맞는 듯 보이지만 경기는 갑자기 식어버리면 또다시 “경제 꽁꽁 얼겠다”라면서 뜨거운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쏟아내며 돈을 풀면서 ‘샤워실의 바보’ 상황은 반복됩니다.
h2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샤워실의 바보’ 딜레마에 빠지다./h2
 
2020년 코로나 사태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른 경제 위축과 증시 급락을 만들었습니다. 한 한두 달 만에 세계 경제는 락다운, 셧다운 속에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중앙은행은 돈을 펑펑 쏟는 초저금리, 양적완화와 같은 금융정책을 그리고 전 세계 정부는 실질적인 MMT(현대통화이론, 정부가 돈을 무제한 뿌려야 한다는 이론)를 실천하면서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돈을 직접 공급하였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코로나 쇼크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3월 단 한 달 만에 충격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마치 샤워실에서 남극 블리자드처럼 춥다면서 섭씨 100도의 물을 틀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와 금융시장은 역사적 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회복하였고 이제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일 났다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강력 긴축 정책을 쏟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테이퍼링은 11월부터 시작하여 12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2배로 높였고,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3월에 인상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2월 FOMC 회의록에서는 금융시장의 금기어인 양적 긴축(QT)까지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샤워실에서 물이 섭씨 100도의 펄펄 끓는 물이 나온다며, 갑자기 찬물로 수도꼭지를 돌리는 것처럼 미국 연준은 반응하고 있습니다.
 
생각 해 보면 작년 초가을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임~”이라며 여유 부리던 연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샤워실의 바보가 저절로 떠오르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