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1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코로나19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 대부분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며 지원금을 지급한다. 건물주들은 집세를 내는 대신 다른 고지서를 먼저 처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텍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산유량을 줄일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게 최대한 많은 양의 원유를 뽑아내라고 요구하던 지난 40년이 무색하게 제발 감산에 나서달라고 요청 중이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자국의 유전을 폐쇄할 의향도 넘친다.
여기 앞장서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가장 산유량과 재고가 많은 지역인 텍사스다.
텍사스 원유 업계의 양대산맥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 NYSE:PXD)와 파슬리 에너지(Parsley Energy, NYSE:PE)는 텍사스주 규제 당국에 긴급 회의를 열어 원유 업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감산을 검토해주기를 요청했다.
두 기업의 CEO가 서명했고 블룸버그를 통해 공개된 5페이지의 서한에 따르면 두 기업들은 늦어도 4월 13일에는 텍사스 철도위원회(Texas Railroad Commission)와의 가상회의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라이언 시튼(Ryan Sitton) TRC 위원은 이번 월요일, 다음 회의에서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TRC와 시튼 위원은 텍사스 주당국이 생산 할당량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이후로 꾸준히 뉴스를 타고 있다. 이번에 감산 조치가 이뤄진다면 1970년대, 텍사스의 과잉 생산으로 악명 높은 아랍 원유 금수조치가 벌어진 이후 첫 산유량 제한이 될 것이다.
3월 19일 기사에 의하면 몇몇 텍사스 원유 업체의 경영진들이 TRC에 접근해 시장에 개입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실제로 텍사스는 산유량 조절을 통해 글로벌 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OPEC 모델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감산 계기?
하지만 TRC가 원유 업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설지도 모른다는 조짐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전에도 이미 눈에 띄던 상태였다.그 계기는 올 2월 보도된 시튼 위원의 천연가스 플레어링에 대한 블룸버그 인터뷰다. 플레어링은 잉여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는 것을 뜻한다.
천연가스는 원유 생산 과정의 부산물로, 플레어링은 텍사스 주에서 셰일 혁명이 일어난 뒤 발생한 가장 끔찍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시튼 위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퍼미안 분지 유정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상당량이 파이프라인 부족으로 소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플레어링 규제 압박은 점점 고조되고 있지만, 공급 과잉과 미국 내 가스 가격의 약세, 그리고 난방용 연료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과의 거리가 텍사스 주에서 천연가스의 가치를 사실상 없다시피 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튼 위원은 3월 20일 모하메드 바킨도(Mohammed Barkindo) OPEC 사무총장과 통화를 가진 뒤 6월 OPEC 회담에 초청받았다는 트윗을 작성했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삼진 아웃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현재로 넘어오자. 텍사스 주의 감산 계획에서 첫 번째 단계는 TRC의 개입 요청이었다. 시튼 위원과 바킨도 사무총장의 통화가 두 번째였으며, 파이어니어와 파슬리가 TRC에 공동으로 보낸 편지와 공식적으로 감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다음 TRC 회의가 세 번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텍사스 주가 차기 OPEC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은 상태다.
웨인 크리스티안(Wayne Christian) TRC 위원장은 시튼 위원이 바킨도 사무총장과의 통화와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는 가정 하에 6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빈을 방문할 것이라고 트윗한 바로 그날 오후, TRC가 산유량 제한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놓은 것이다:
“텍사스의 기적을 지키기 위한 제안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볼 준비가 되어있으나, 보수적 시장주의자로서는 이 접근방식에 대한 몇 가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선은 텍사스가 외부와 동떨어진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산유량 규제에 나선다면 다른 국가나 미국의 다른 주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TRC가 마지막으로 생산을 제한하려 했던 것이 40년 이상 지난 일이라는 현실적인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경험도 부족하며, IT적 역량 또한 좋게 봐도 제한적이다,"라는 것이 크리스티안 위원장의 주장이다.
파이어니어와 파슬리, 그리고 시튼 위원처럼 열정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크리스티안 위원장 하나만은 아니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는 이번 계획을 비판했으며, 셰브론(Chevron, NYSE:CVX) CEO인 마이클 워스(Michael Wirth)는 협력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미국 기업이 손을 잡고 원유 감산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WTI는 이번 월요일, 18년 저점인 배럴당 $19.27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붕괴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사이의 생산 및 가격 전쟁이 겹치면서 미국 원유 업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이번 주 원유 수요가 평상시에 비해 25% 낮은 일일 2,60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NOPEC에서 “예스, OPEC!”까지
1년 전만 해도 미국 의회는 산유량을 조절하려는 모든 행위를 불법화할 법안 두 종류를 고려하고 있었다. 파이오니어와 파슬리, 시튼 위원의 이번 계획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소위 NOPEC 법안은 OPEC을 기소하기 위한 법안이었으며, 크렘린 공격으로부터의 미국 안보 보안법(Defending American Security From Kremlin Aggression Act, DASKA)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두 법안의 초안이 통과된 것은 시장 변동이 최고조에 달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움직이던 때의 일이다.
이제 애널리스트들은 WTI가 연말까지 배럴당 $40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본 지출을 삭감하고 개발이나 생산량 자체를 줄인다 해도 30% 이상의 원유 업체가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40의 벽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텍사스에서 노스 다코타에 이르기까지, 미국 각지의 원유 업체들에게 남은 희망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이 줄어드는 것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 안으로 산유량을 30% 증가시키고, 4월 말에는 일일 1,230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로터의 접근도 이미 거절한 상태다.
시장 점유율을 놓고 벌어지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마찰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이 있다면 두 국가 모두 일일 1,300만 배럴의 생산량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에 오른 미국의 원유 업체들을 쓸어내기 위해 나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 산유량은 지난 3년 사이 일일 400만 배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협의안이라는 이름 하에 꾸준히 감산을 진행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대체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본격적으로 싸움판이 벌어질 때가 왔으며, 참가국들은 미국 원유 업체를 바닥에 쓰러트리고 의기양양하게 승리를 자랑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 전반에 타격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지금 원유 업계를 덮친 위기에서 안전하다거나, 상황 악화에 손을 보태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예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0을 넘는 유가가 필요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원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SE:2222)의 자본 지출을 최대 25%까지 삭감할 방도를 고려하고 있다. 2019년 예산은 328억 달러였다.
한편 러시아의 로스네프트(Rosneft, MCX:ROSN)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자산 처분에 나섰다. 러시아는 우랄과 시베리아 서부, 프리볼시스키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랄 원유 수요 붕괴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된다. 우랄 원유는 가솔린 원료로 쓰이는 중유로, 브렌트유에 비해 생산비가 높다.
이런 곤경 끝에 두 국가가 제정신을 차리고 어느 정도의 감산에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위스의 원유 리스크 자문업체 페트로매트릭스(Petromatrix) 소속 올리비에 제이콥(Olivier Jakob)은 "당장 명확한 승자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각자도생의 상황이며, 감산은 유가를 따라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뉴욕 기반 자문업체 에너지 인텔리전스(Energy Intelligence)는 이에 동의하며 "시장 참여자들과 원유의 펀더멘털과 불안정한 금융 시장, 그리고 심각한 침체 위기에 등을 떠밀려 불가피하게 시장 관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OPEC 버전 2.0이 휴스턴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될까?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될 것은 분명하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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