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과 미국채 수익률 문제

 | 2018년 06월 21일 08:15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이 부분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은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서 통화를 공급해야 한다. 즉, 전세계 국가와 기업이 무역을 할 경우 달러결제를 해야 하는데 이 때 결제수단으로 달러가 필요하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외국산 제품 수입을 할 때 달러가 필요하다. 또한 수출을 하면 달러로 받는다.

달러는 가치 안정성도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를 보유하려고 한다. 심지어 북한에서 장마당에서 결제 통화 70% 이상이 달러다. 북한 인민들조차 자기네 화폐 보다 달러를 신뢰한다. 달러 가치 안정성 때문이다. 북한의 실질적인 화폐는 달러다. 주체사상 한다는 사람들이 미제국주의 철천지 원수 돈을 더 애용하는 아이러니라니.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 달러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풀려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 적자를 내줘야만 달러가 외국에 풀린다. 아니면 달러를 찍어서 다른 나라에 무상으로 원조를 하던가. 무역적자를 내지 않고서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달러가 풀린단 말인가? 미국은 그렇게 외국에서 수입을 많이 해줬고, 달러는 엄청나게 풀렸다. 중국이 기축통화국가 되겠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설레발이 아니다. 무역흑자국이 어떻게 위안화를 전세계에 풀어낼 수 있나? 중국은 GDP 덩어리는 크더라도 기축통화 국가는 쉽지 않다. 일본이 그런 것처럼. 일본도 반영구적인 무역 흑자국이고 엔화가 전세계에 그렇게 많이 풀리지 않았다. 엔화는 준 기축통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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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역적자는 무엇인가?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한 것이다. 즉, 미국인들이 소비를 더 많이 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 그러나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달러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보다 빚내서 소비하는 것을 택했다. 달러를 찍어내서 외국 제품 수입해서 쓰는 것이다. 달러를 찍어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빚이다. 달러 가치를 보장 하는 배후엔 미국 정부가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기에 달러를 결제통화로 받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인들과 미국 정부는 빚내서 생활해 왔고 달러는 해외로 풀렸다. 쌍둥이적자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같이 묶여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달러 리사이클링이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은 미국에 수출해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로 번 달러가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로 쌓인다. 또한 미국채도 산다. 이처럼 대미 흑자국은 달러도 보유하고 미국채도 산다. 이것이 바로 달러 리사이클링이다. 미국이 빚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만일 미국에 수출해서 막대한 무역흑자가 나는데 그 뒤에 입 싹 닦고 미국채를 사주지 않거나 달러 결제가 아닌 유로화결제를 하자고 하면 어떨까? 미국은 아무리 달러를 찍어도 외국에서 물건을 사올 수 없다. 대미 수출국들이 달러를 받기 때문에 미국은 빚을 내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빚을 내서 물건을 수입하고, 흥청망청(?) 소비를 해왔다. 돈 없으면 달러 찍어서 결제하면 되니깐. 그리고 대미 흑자국들은 계속 미국 달러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고, 미국채도 사줬다. 달러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해봤자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 미국채는 이자라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로 달러를 쌓아 놓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달러를 보유해 줌으로써 외환위기를 막기도 하고 동시에 미국이 빚내서 잘 살도록 해주는 것이다.

요약하면 미국은 빚내서 살고, 대미 흑자국들은 계속 미국이 빛내도록 도와주면서 사는 것이다. 상리공생? 서로서로 역할분담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이다. 미국과 무역해서 달러 벌면 그 달러로 다시 미국채를 사주는 순환사이클, 이것이 바로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이다. 이게 작동되는 한 상황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나더니 무역적자 축소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달러 리사이클링에 적신호가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에 수출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줄어든다. 그럼 미국 달러와 미국채를 사주되 예전보다 더 적게 사줘야 한다. 그럼 미국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빚내서 쓰다가 빚낼 곳이 사라지는 것이니깐.

트럼프 정부에서 인프라 투자한다면서 국채발행 늘리고 있다. 지금 정부 빚이 21조달러를 넘어섰다. 2.5% 이자라고 치더라도 매년 이자비용만 520억 달러가 된다. 국채발행을 늘리지 않아도 매년 이만큼 국채이자 줘야 한다. 정부가 돈이 없으니 차환발행한다. 거기다 더 많은 돈을 끌어들여야 하니 국채를 신규로도 발행한다. 최근 10년간 미국정부 빚은 10조달러에서 21조달러로 증가했으니 매년 1조달러씩 증가한다. 이제 빚이 빚을 부르는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물론 미국 GDP도 증가하니깐 신경쓸 것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빚의 가장 큰 특징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도 이미 저성장에 봉착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경제성장율 보다 높다.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 말은 중국 등에서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달러를 받거나 미국채를 사주는 행위) 미국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한다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했지만 약점은 있다. 채권자들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도 미국에 수출을 해서 경제성장한다. 따라서 미국을 채무자로만 볼 수는 없다. 결국 서로 서로 주고 받으며 먹고 사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은 땀 흘려서 일해서 제품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면 미국은 윤전기 돌려서 달러 찍어 준다. 중국인들은 수출로 번 달러를 소비하지 않고 아꼈다가 미국에 다시 빌려 준다.

이제 둘이 박치기 하면 둘 다 머리가 깨진다. 미국은 빚 감당이 어렵고, 중국은 수출 안 되니 경제 어려워진다. 이게 무역전쟁의 앞날이다. 과연 둘이 시속 50킬로로 박치기해서 둘다 머리통이 깨지면서 나뒹굴 것인가, 아니면 박치기 일보 직전에 타협할 것인가?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고, 셰노리지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이제는 무역 적자도 줄이겠다고 한다. 그럼 미국은 셰노리지를 내려놔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중국 등이 미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면 미국채 공급이 증가하기 때문에 국채가격은 하락하고, 국채수익률은 급등한다. 그럼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빚이 급작스럽게 늘게 된다. 미국의 금리가 급등하면 신흥국들은 고통스러움을 맞봐야 한다. 미국채 매각은 미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같이 죽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채를 공격적으로 매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살행위니깐.

여하튼 무역전쟁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전세계적으로 미국채 매각을 불러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전세계 증시는 아마겟돈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을 보지만. 미국채를 투매 행위는 신흥국들의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투매할 수 없다. 하는 순간 중국과 미국은 둘 다 죽기 때문이다. 트럼프 협상 전략 차원으로 무역전쟁을 이해해야 한다.